나침반, 항해와 탐험의 역사


나침반은 그냥 북쪽을 가르키는 기기인줄 알았다. 진북과 자기극이 다른 것은 알았지만 북쪽이 어디인지 아는데 그다지 상관없는줄 알았다. 그런데 각 지방마다 오차가 있고, 나침반 가까이 배를 만들때 사용한 못이나 쇠사슬같은 쇠붙이가 있으면 영향을 받는단다. 혼블로워에서 영국함대가 포트머스항을 떠나 프랑스나 스페인 해안을 봉쇄하러 떠날때 무슨 섬을 좌표삼아 끼고 돌아가는 대목이 여러 번 나왔다. 그런데 영국함대의 역사를 보면 그 간단해보이는 항해에서 나침반의 오차로 엉뚱한 방향으로 배를 틀어서 많은 군함이 암초와 충돌하여 침몰했다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는 나침반의 오차를 이용하여 경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그 이론에 근거해서 영국해군은 각 해역의 지도를 측량할때 나침반의 오차를 꼼꼼히 기록하였다. 혼블로워를 보면 항해할때 긴 끈을 이용해서 수심을 재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영국해군은 그 끈의 끝에 묻어 올라오는 해저의 상태도 꼼꼼히 기록했다. 배가 일딴 출항하게 되면 위도는 태양이나 북극성을 육분의로 측정해서 알수 있지만 경도를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항해중에는 배뒤에서 매듭(knot)이 있는 긴 끈을 늘어트려 배의 속력을 재었다. 그래서 배의 속도단위가 노트라고 한다. 배의 속도와 방위를 꼼꼼히 기록하여 경도를 산출한 것이다. 당연히 오차가 많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나침반의 오차를 줄이는 많은 사람-주로 영국인의 노력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의 진정한 재미는 그 사람들의 땀이 아닌 듯 싶다. 군데군데 인용된 당시 기록을 통해 대항해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힐긋 보는 것이 진짜 재미인 듯 싶다. 한 제독이 6척의 전함과 1900명의 선원을 이끌고 스페인 보물선을 노략질하기 위해 출항한지 4년만에 불과 1척의 배와 수백명의 선원만을 이끌고 돌아왔지만, 그 배에는 50만파운드의 값어치가 나가는 스페인의 보물이 실려있었다고 한다. 함장과 살아남은 선원들은 런던시가지를 가두행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배운 것은 다른 곳에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파티를 할때 토리당 사람들이 참석하면 브루고뉴 포도주를 내었다고 한다. 휘그당 사람이 주로 참석하는 파티면 펀치를 내었다. 만일 여러 당파사람이 섞여서 참석하는 자리이면 브랜디를 내었다고 한다.

흐흐흐흐... 예전에 조선시대 당파싸음이 심하여 4색당파들이 서로 복식을 달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까이 민주당 신파와 구파가 찾는 식당이 달랐다고 한다. 한편은 일식집, 다른 편은 한정식집이었다고 하던가... 정치적 이념에 따라 생활양식도 달리하는 것은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이 큰 소득이라고 할 것이다.
by 서산돼지 | 2006/02/02 22:50 | 읽을 거리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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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록불 at 2006/02/02 23:57
수심을 재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운양호 사건 때 강화도 앞에서 수심을 재던 일본군도 그럼 그런 이유로 재었던 걸까요?
Commented by 愚公 at 2006/02/03 23:18
수심을 재는 건 기본적으로 해저의 깊이를 재기 위한 게 아닌가요?
암초나 수심이 얕은 지역을 피해가야죠.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6/02/04 09:01
제가 약간 설명이 부족했나 보군요. 영국해군은 해도에 수심과 나침반의 오차, 그리고 해저의 상태도 꼼꼼히 기록했읍니다. 바다위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지요. 운양호가 강화도 앞 수심을 잴때 물론 수심이 제일 우선이었겠지요. 바닥의 상태도 같이 기록했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군요
Commented by luke at 2006/02/04 10:01
아시다시피 경도를 알아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게 정밀 시계죠. 육분의(내지는 실과 종이같은 대용품)와 평범한 시계(요즘 어떤 싸구려 시계도 1년에 30초 정도의 오차 밖에 없는, 당시 영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엄청난 초정밀 시계니까)만 있으면 됩니다. 그 이전에 영국인들이 벌인 각종 뻘짓이 유명합니다만... 움베르토 에코의 '전날의 섬'에 경도 측정과 관련하여 영국인들이 벌린 각종 개그가 나옵니다. '처절한 몸부림'이 맞아요. 하하.
Commented at 2006/02/04 11: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6/02/04 12:12
루크> 오랫만입니다. 전날의 섬도 한번 읽어보아야겠군요. 저는 '경도'라는 책에서 해상시계가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읽었읍니다. 요즘 생각의 나무에서 9800원에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시리즈중 해상시계란 이름으로 재간되었읍니다. 그림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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