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을 보면서...
이제 한미 FTA협상이 본격화되었다. 한미 FTA를 보는 한국과 미국의 시각이 좀 다른 것 같다. 한국이야 다 아는 이야기일 것이고, 미국의 유명한 싱크탱크들은 한미 FTA를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안보, 전략적이 측면에서 보는 것 같다. 한미방위조약이 두 나라간의 안보군사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라면 FTA는 양국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시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거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양국간 협상에서 우리에게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는 내년 6월이면 미국 행정부의 TPA(trade promotion authority)가 종료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TPA는 미국 헌법상 대외무역에 관한 권한이 의회에 있기 때문에 생겨난 일종의 편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외무역에 관한 권한이 의회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행정부가 외국과 통상협정을 체결하더라도 그 구절 구절을 의회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더불어 미 의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상원에서 2/3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과거 2차대전 종료후 금융분야의 IMF/IBRD와 더불어 무역분야를 규제할 오늘날 WTO와 유사한 ITO를 설립한다는 협정이 체결되었다. 일명 하바나 협정이라고 불리우는데 미 상원에서 승인을 받기 못하여 휴지가 되었다. 그래서 ITO가 설립될때까지 잠정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로한 GATT에 따라 90년대 중반까지 국제무역이 이루어져 왔다. 그래서 미국과 통상교섭을 하는 외국은 협정을 맺더라도 의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하면서 주저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나온 것이 의회가 가진 대외무역권한을 행정부에 일정기간을 정해 위임하는 방안이었다. 초창기에는 Fast track authority라고 불리워지기도 했다. 아무 때나 무역권한이 행정부에 위임되는 것은 아니다. 미 행정부와 의회의 관계가 좋고, 큰 비중이 있는 대외협상을 앞두고 위임되는 경향이 있다. TPA가 유효하면 행정부가 체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의회는 단지 찬성, 반대만을 표할 수 있어, 미 행정부의 대외교섭력을 대폭 끌어올려주곤 했다. 이 권한의 시한이 내년 6월까지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해야만 순조롭게 한미FTA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 정부의 생각이다. 부시의 지지도가 날로 추락해가는 요즘 미국정계 분위기로 볼때 TPA가 연장되기를 바라는 것은 좀 무리인 듯 싶다.

칠레나 싱가포르 같은 작은 나라와도 협상에 수년이 소요되었고, 극심한 국내적 반발을 겪었는데 불과 1년만에 최종타결까지 가능한가에 대하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회의를 표시하고 있다. 내 걱정도 비슷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과 FTA에 관계되어 있는 많은 미국인들은 우리나라와의 협상전략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국내정치적 문제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농업분야를 개방하라고 잔뜩 압력을 넣다가 막판에 가서 농업분야는 양보할테니 금융서비스부분을 더욱 개방하는 선에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FTA협상을 진행할때 사용하는 사실상 표준적인 전략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숨기고 자시고할 필요가 없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우르과이 라운드 이전의 수차례 GATT협상에서 소고기 관세율을 양허관세로 지정한 바 있다. 일딴 양허관세로 지정하게 되면 관세율을 인하하는 것은 가능해도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1960년대 우리가 언제 소고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련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정부는 GATT협상에서 소고기를 양허관세로 지정하면서 30%수준의 관세율을 적용했다.(기억이 희미해서 정확한 세율은 아니다.) 그리고 몇년후 이를 더욱 낮추었다. 다 아시다시피 70년대 말부터 소고기를 수입하게 되었다. 한우와 수입산간에는 많은 가격차이가 있었으며, 당연히 축산농가의 반발을 사게 되었다. 그래서 정부는 소고기 수입권을 축협인지 농협에 부여하고 농협에 관세가 아닌 다른 명목으로 부과금을 잔뜩 부과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마무리하려다가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와 유사한 일이 FTA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나라 현 산업단계에서는 전혀 지장이 없는 쓸모없는 듯한 문구나 조항이 농업분야를 미국이 양보하는 대신 FTA에 집어넣자고 할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체 오케이를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일딴 시간에 ㅤㅉㅗㅈ기는 쪽은 우리 쪽이니까. 그런데 수년이 지나서 그 문구나 조항이 실은 우리에게 막대한 출혈을 강요하는 독소조항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이미 협상대표도 당시 집권자도 이미 자리에서 물러나 책임을 물을 사람도 없고, 설혹 개인에게 책임을 물은다고 해도 이미 비준이 끝난 협정을 어찌할 것인가? 우리 시민단체가 좋아하는 재협상을 벌이자고 해도 미국이 거기에 응할 것인가?

나는 이러한 내 걱정이 단지 기우로 끝나기를 바란다. 그러나 칠레나 싱가포르 같은 중소국가와의 협상경험만을 가지고 미국과 1:1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갈 능력이 우리에게 있을까? 십수년전 내가 다닌 회사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소개하려고 한다.

회사에서 상당히 인정을 받고 있는 간부가 외국회사와 합작사업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계약서상에 TAX를 공동분담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계약서상에 있는 TAX는 소득세라는 것이 밝혀졌다. 법인세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 그 외국회사는 계약서의 문맥상 법인세는 우리회사가 내야한다고 주장하였고, 변호사의 자문을 받은 결과 그 주장이 맞았다. TAX라고 하면 모든 제세공과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았던 그 간부의 실수였고, 회사의 다른 어떤 사람도 똑같이 알고 있어서 그냥 넘어갔던 사항이었다. 결국 사업은 번창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이익은 외국회사로 넘어가고 말았다.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by 서산돼지 | 2006/06/08 23:56 | 내 생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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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지스 at 2006/06/13 11:04
요즘 같으면 웬만한 합작계약서는 사전에 변호사의 검토를 거칠텐데, 당시만해도 그렇지 않았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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