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국가전략 포럼에 갔다가...
며칠전에 세종연구소 주최로 국가전략포럼이 열렸다. 몇몇 주제가 마음에 들어가 가보았다. 역시 하루종일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은 참 곤욕이다.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할때쯤 귀가 번쩍 열렸다. 논문발표에 나선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연구위원이 재미난 이야기를 했다.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과 주한미군 기지를 노리는 것이며,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것은 부시의 강압외교정책 때문이고, 북한이 우리 군을 허깨비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전시작전통제권을 되찾아 와야지만 북한이 우리를 제대로 상대할 것이며, 북한이 만약 핵실험을 한다면 일본도 핵개발을 할터이니 우리도 핵개발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듣고 있으려니 좀 불편했다. 김일성대학 교수가 세종연구소에 방문연구원으로 와서 있다가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나만은 아니었나 보다. 정성장 박사의 발표에 이어 최강교수가 발표한 뒤 4명의 토론자가 패널로 참석했다. 맨 먼저 나선 유교수는 자신과 다른 견해를 발표해주어서 무지 무지 고맙고 재미있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뒤이어 나선 토론자들이 어떻게 각주가 조선신보와 중앙통신사밖에 없느냐, 핵개발문제를 이런 공식석상에서 다루다니 정신이 있는거냐, 부시의 강압외교로 북한이 핵개발을 했다면 그전에 핵개발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냐,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와 남북군사관계를 연결할 경우 그 파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등 맹공을 퍼부었다. 마지막에 나선 같은 세종연구소의 이상현 연구위원은 어떻게 이런 견해가 나올 수 있느냐 사고구조가 이상스럽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였다.

정박사가 이런 저런 소리도 답변을 했는데, 토론자들의 공격을 빗겨가는데 급급한 것이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각주가 북한언론만 있다는 공격에 대해 조갑제를 인용한 것도 있다고 반박한 것이었다. 살펴보니 우리가 핵을 개발해야 한다고 한 대목이 바로 조갑제가 핵개발 주장을 인용한 것이었다.

연구를 하다보면 저런 사도에 빠지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북한연구를 하면서 김일성선집을 보고, 선군정치를 주장하는 글을 읽다보면 공감을 하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그러다보면 자꾸 북한쪽에서 생각하게 되고 그 논리에 휘말려들어가게 된다. 국제관계론, 북한정치 등을 공부하는 정치학도로서는 경계해야할 일이다.

이런 세미나에서 이렇게 발표자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벌어지는 일은 몇년에 한번꼴로 볼 수 있는 참 희귀한 기회였는데, 눈 앞에서 보니 참으로 즐거웠다. 그리고 마지막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시절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다는 어느 노인이 이상한 질문을 하다가 행사진행요원에게 ㅤㅉㅗㅈ겨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남북관계 세미나에서 흔히 벌어지는 모습이다.
by 서산돼지 | 2006/09/23 18:22 | 잡담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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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 quarantine.. at 2007/01/03 23:28

제목 : 오늘의 한 마디
내가 초대 (일본 외무성) 분석과장(취임 당시는 자료과장이라고 불리고 있었다)이 된 것은 1966년 36세 때의 여름이었다. 마침 그 때 문화대혁명이 시작되어 백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외무성의 중국전문가들이 차례차례 정세판단을 그르치는 참상을 목격하게 되었다. 중국공산당은 소련 공산당과는 달리 혁명의식에 불탄 동지들의 집단이어서, 소련식 권력투쟁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최후까지 믿고 있던 전문가들도 결국 침묵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more

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7/07/16 20:57

... 久彦, 국가정보관 설치를 제안한다,「Voice」2001년 10월호 폐쇄사회의 내부를 엿보기 위해 그쪽 이론을 집중적으로 훈련받은 전문가를 키우다 보면 가끔 주화입마하는 사례가 등장한다. 그나마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을 보면 동병상련인 것 같아 조금은 덜 억울한 기분이다. ... more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6/09/23 19:27
제가 알기론 임정 대통령이나 권한 대행및 주석은 현재 모두 사망한 걸로 아는데요? 설마 낚시(얼마전 모 언론사에 나타나 김일성 가짜설을 주장한 것처럼)

ps: 근데 무슨 이상한 질문을 했습니까? 뭐 그런 류의 이야기는 좀 들어서 알지만 이번엔 어떤 버젼인지요?
Commented by 愚公 at 2006/09/23 19:56
연세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사망하셨겠지요들.
'내재적 접근'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중심이 없으면 그냥 세뇌되는 거죠.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6/09/23 19:57
그 바보를 박사 만들어준 동네 어딘가요? 대한민국 박사되기 너무 쉬운 거 아닙니까? (한숨)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6/09/23 20:26
이준님> 가짜인듯 싶습니다. 70세정도로 보였거든요. 남북관계에서 추정사문제를 왜 논의하지 않으냐고 그러더군요. 좌중에 있는 분들중 추정사란 말을 아는 분은 없는 듯이 보였읍니다.
우공, 초록불> 그 양반 홈페이지입니다. http://myhome.bbi.co.kr/onekorea/
onekorea라는 말이 북한노동당의 대남통일 구호인데 그걸 홈페이지에 쓰는 것을 보면 중증인 듯 싶습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6/09/23 23:11
추정사는 또 무언가요...? 솔직히 전 처음 들어봐서요.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6/09/23 23:22
저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서...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6/09/24 09:16
이 사람, 파리10대학 출신이군요. 주체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선군정치에 경도된것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내공이 부족한사람이 주체사상을 몇년간 보다보면, 김일성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람은 사회과학도로써 '수령관'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군요. 요새는 수령관을 '지도자론'으로 이름바꿔서 선교하는 사례가 있긴 하던데...
Commented by 길잃은어린양 at 2006/09/24 09:22
나이 70되신 양반이 임시정부 대통령 권한 대행이라? 아무래도 천안행 급행을 놓쳐서 그리로 놀러가신겐지도 모르겠네요.

은연중에 북한쪽 논리에 말려들어가는 양반들이 많은데 정말 대책이 없더군요. 가히 뽕이 따로 없다라는 생각이...
Commented by sonnet at 2006/09/25 09:38
문자그대로 주화입마로군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1/04 00:34
'조직적인 북의 공작'까지 운운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황당함의 극치를 달리네요[..] 어쩃든 링크 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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