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입국심사
처음 영국에 가게 되었을 때 비자나 세관통과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비자발급이 까다로운 미국과는 달리 영국과는 6개월간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영국비자를 받는 방법을 읽어보았지만 체류기간이 6개월에 불과한 나로서는 복잡하게 아카데믹 비자를 받느니 그냥 영국공항에서 비자를 받는 것이 훨씬 편리할 것같았다. 다만 문제는 동행하는 조카였다. 학술비자를 받지 못하고 방문비자를 받는 경우 공립유치원에 입학시키는 것과 의료보험이 문제가 될 것같았다. 뭐 대학에서 보내준 정식초청장이 있으니 잘되겠지. 다른 사람이 쓴 영국기행기, 특히 박상권씨가 조영특파원을 하면서 겪은 일을 쓴 책을 보면 영국은 유연한(?)나라인 것같았다. 그것이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은 히드로공항에 도착하면서 즉시 깨닫게 되었다.
영국방문 목적을 묻는 출입국 관리(20세 초반의 흑인여성, 상당히 우람했다)은 대학교에 Visiting Scholar로 6개월간 체류할 것이라는 내 대답에 초청장을 보자고 했다. 초청장을 보여주니까 체류기간중 경비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내 직장에서 대줄 것이라고 했더니 letter를 보잔다. letter를 보자는 소리를 이후에도 많이 들었다. 편지라니 무슨 편지? 내 직장에서 나를 6개월간 일체비용을 대줄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가 있어야 한단다. 영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읽었던 바로 그 서류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영국에 학술비자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체류기간, 일자, 그 동안 영국내 기관으로부터 어떠한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다는 내용의 초청장과 소속기관에서 급여내용, 재직기간, 직위등을 명시하고 체류기간동안 일체의 경비를 부담한다는 일종의 재정보증서, 그리고 재정증명을 위한 통장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당황하기 시작했고 내 뒤에 있던 많은 한국사람들은 안되었다는 듯한 눈으로 옆에 있는 입국심사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레터가 없다고 하자 내 월급을 물었다. 대충 얼마다 라고 하니까 얼마가지고 있느냐고 묻더니 돈 좀 보잖다. 마침 통장개설하기 전에 쓸 돈과 차살 돈을 가지고 있었다. 4000파운드쯤 되는 현금과 각종 신용카드를 보여주었다. 돈을 보더니 그 다음은 어디서 거주할 것이냐고 물었다. 다행히 영국에서 집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는 분을 통해 미리 집을 계약해두었고 계약서를 가지고 있었다. 계약서를 보여주었더니 뒤어있는 상관에게로 가서 뭐라고 의논을 한다. 입국거절 당하면 이게 무슨 망신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채 5분이 안지나갔다. 집을 미리 계약했던 것이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같다.
입국심사관이 다시 돌아오더니 이제 공격의 화살을 조카아이한테 돌렸다. 누구냐. 여권에 성이 다르기 때문에 내 자식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내의 여권에는 wife of Suh라고 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었다. 몇년전 처녀때 여권을 가지고 영국에 들어가던 한 부인이 자기 남편의 아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고 남편과 아이는 학술비자를 받았는데 자기는 방문비자를 받았다고 푸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영국에 가족동반으로가시는 분은 부인의 여권을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대로 조카라고 했다. 왜 조카를 동반하느냐? 조카란 것을 증명할 서류가 있느냐? 몇살이냐? 체류기간 동안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이냐? 그 비용은 누가 대느냐?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할 것이냐? 고국에 있는 아이부모에게 어떻게 연락을 할 것이냐? 등등 질문의 홍수가 쏟아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공격을 당하여 당황했지만 차근 차근 대답하였다. 동서부부가 조기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 나도 아이에게 넒은 세상과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 체류기간 동안 이 아이에게 드는 비용은 내가 다 댈 것이다. 아프면 병원가고 전화하면 된다. 이때 가장 버벅거렸던 것이 유치원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pre-elementary school, kinder garen,안되니까 불어로 enfant ecole이라고도 하고... 하나도 알아듣지를 못하더군요. 결국 nursery냐고 되묻더군요, 영국은 미국에서 쓰는 영어란 다르다더니... 하여간 조카아이에 대해서 한 20분 정도 묻더군요. 그리고 다시 상관에게 가더니 뭐라고 한참 이야기를 하고 돌아와서 여권에 꽝꽝 비자를 찍어주더군요. 정부나 공공기관의 보조를 받지 않는 조건에서 6개월간 체류허가였읍니다.
이런 경험을 겪고나니 영국입국심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영국에서 서울에 제일 먼저 보낸 메일이 바로 우리 부부와 조카아이의 혈연을 증명할 수 있는 호적을 영어로 번역 공증하고 우리 부부한테 조카아이를 맡긴다는 내용의 영문편지를 공증받아서 보내라는 것이었읍니다. 그 서류가 올때 까지 우리 부부는 주말이면 파리에 유로스타타고 놀러갔다 오자는 꿈을 접어야 했읍니다. 그런데 나중에 서류가 오고나서 대륙에 놀라갔다 다시 입국하였을때는 이미 비자가 찍혀있어서인지 보자는 소리를 하지 않더군요. 영국입국과 관련해서는 그곳에 살면서 들은 이야기를 나중에 다시 한번 써야겠읍니다.
by 서산돼지 | 2004/09/01 23:05 | 영국생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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