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파티
어제 동네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IMF이후 처음으로 갖는 크리스마스 행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발단은 단순한 것이었다. 동네에 크리스마스임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일을 해야하는 집이 몇 집 있었다. 아빠가 카페를 하는 집하고 소방관이어서 당직을 서는 집 등이었는데, 공교롭게 딸들이 초등학교 2학년 같은 반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러면 같이 모여서 놀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한 집 한 집 늘어나서 모두 6집이 모이게 되었다. 모두 같은 반 아이들 집이었다. 그중 한 집에서 그럴 바에야 한 번 이벤트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외국의 할로윈을 본 떠서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고 선물을 주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런 다음 인형극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분이 인형극 대본을 쓰고, 다른 분은 연습시키기로 했다. 한 집에서 자기 집을 파티장소로 제공을 하였고, 각자 선물 2개와 음식을 한가지 해서 모이기로 했다. 우리 집은 큰 조카가 아이들과 10월까지 같이 다녔던 인연으로 초청을 받았다. 나는 간단히 바꺌라를 만들어 갔다. 은진이네 집에서 6시쯤 모이기로 했는데, 각종 장식을 아주 잘하셨고, 군데 군데 부분 조명에 은은하게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는 것이 아주 처음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잠시 기다리고 있었더니 아이들이 동네를 돌고서 도착했다. 아이들과 같이 부모들도 도착했다. 남자라고는 나 포함 3명뿐이고 아주머니가 내 처 포함 7명이었다. 아이들은 우리 동현이까지 모두 13명의 아이가 있었는데, 남자 3, 여자 10명이었다. 큰 아이 6명은 모두 같은 반 친구이고, 모두 동생이 1명씩 있었는데 제일 적은 아이가 3살, 제일 큰 아이가 5살이었다. 아이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을 보니 동현이가 흥분을 했다. 꺄꺄거리면서 좋아하는데, 얼마나 좋은지 밤늦게까지 잠도 자질 않았다.
먼저 아이들의 캐롤합창을 듣고, 가져온 음식을 부페식으로 나눠먹었다. 김밥, 닭봉, 골뱅이무침, 두부초밥, 스파게피, 바깔랴 등등 아주 맛있었다. 잠시 쉬었다가 인형극을 구경했다. 수민이 아빠던가...하여간 조명기구까지 챙겨왔다. 아주머니 2분이서 배경그림을 아주 잘그려 주셨다. 아이들이 연습을 많이 해서 대본을 모두 외웠다는데, 아무래도 실전에서는 좀 떨리는지 대본을 보면서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인형극후에 가지고온 선물을 큰 상자에 담고, 꺼내는 순서를 제비뽑기로 정했다. 아이들이 선물을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이 아주 재미있었다. 모두 선물을 열어보니 어른들과 아이들의 생각이 좀 달랐다. 어른들은 실용적인 물건을 사왔는데, 아이들은 스티커북을 제일 좋아하였다. 4살짜리 남자아이가 스티커북을 집었는데, 50여가지 종류가 있는 크레파스를 고를 2학년 아이가 바꾸자고 졸랐다. 남자아이는 한사코 거절하고, 그걸 설득하려는 모습이 앙증맞았다.
케익을 잘라먹는 것으로 공식행사가 모두 종료되고 난후 큰 아이들은 작은 방에서, 작은 아이들은 큰방 침대에 모여서 노느라고 정신이 없고, 어른들고 거실에 상을 펴고 맥주 한잔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찬미라고 3살짜리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얼마나 우량아인지 4살짜리 아이보다 더 키가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갔다. 이 아이가 내가 맘에 드는지 자꾸 쥬스를 가져다 주고, 케익을 가져다 준다. 우량아끼리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나보다.
아이들이 여러명 모여서 싸우는 아이가 있을지 몰라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이들끼리 정신없이 놀기는 했지만, 다툼은 없었다. 다만 한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져서 머리에 밤톨만한 혹이 생겼고, 그 아이 누나가 역시 침대에서 뛰어내리다 다리가 접질렸다. 다리가 불편한데도 계속 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때가 이미 12시가 다된 때라서 그만 파하기로 하였다.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파티가 될 듯 싶다.
by 서산돼지 | 2006/12/25 21:17 | 잡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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