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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옆동에서 접이식 미끄럼틀을 버리려고 내놓았다. 마침 안사람이 동현이에게 미끄럼틀을 사주려고 고르고 있었는데 잘되었다며 가져오라고 했다. 밖에서 볼때는 별로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거실에 들여놓으니까 크기가 만만치 않았다. 아직 동현이가 타기에는 이른 감이 있어서 발코니에 내놓았다가 좀 있다가 태우려고 했는데, 타고난 게으름은 어쩔 수 없어서 미끄럼틀은 며칠 동안 거실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 동현이가 잘때가 넘었는데 하두 자질 않아서 온 집의 불을 끄고 재우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디 부모말을 듣는가! 어두운 가운데서 거실과 부엌, 방을 왔다갔다하면서 혼자 잘놀고 있었다. 피곤도 해서 그냥 누워서 아기 노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현이가 미끄럼틀을 오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계단 쪽이 아니라 내려오는 쪽이어서 오르려다 미끌어지고 그랬다. 그러더니 갑자기 반대편으로 돌아가더니 계단을 오르려고 한다. 계단 사이가 좀 높아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낑낑거리더니 하여간 꼭데기 까지 올라갔다. 깜짝 놀라서 일어나서 아이를 잡으려고 갔더니 그새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저도 놀란 듯 싶었다.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더니 신이 나서 다시 계단을 올라간다. 이번에는 머리를 앞으로 내서 내려온다. 잡아주니까 한층 신이 나서 까르륵 까르륵 하면서 연신 미끄럼틀 계단을 올라간다. 오르다 미끌어져서 계속 오르려고 한다. 한참 그렇게 놀다가 힘이 빠져서 더 이상 오르기 힘드니까 다른 쪽으로 간다. 불도 꺼져있는 어두운 거실에서 미끄럼틀이라! 달밤의 체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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