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험지옥-과거


얼마전 다른 분의 얼음집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고서 흥미가 돋아서 주문을 했다. 중국의 과거제도는 우리나라와는 좀 달랐다. 내 기억에 우리는 초시를 통과해서 소과에 급제를 하면 진사나 생원 칭호를 주고, 대과에 급제를 하면 벼슬길에 나갔던 것 같다. 중국은 7차례의 시험을 쳐야 했고 마지막 시험인 전시에 합격을 해야 진사 칭호를 주고 벼슬길에 올랐다.

과거를 보기 위해서 보아야했던 각종 경전의 양은 총 46만자 정도였고, 여기에 각 경전에 대한 주석과 시부를 더 공부해야 했다. 공부하는 속도는 하루 200자 정도로 제한을 했다고 한다. 하루 400자를 외우는 사람도 드물지 않게 있었지만, 그러다가는 제풀에 지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다. 어려서 부터 과거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흰머리가 날때까지 과거에 매달려서 급제자중 노인도 많았다. 어느 황제때인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급제자중 끼어있어 황제가 나이를 물으니 50년전에 23살이었다고 답했다. 자식은 두었냐니까 공부하느라고 장가도 들지 못했단다. 황제는 궁인중 미인을 골라서 짝을 지워주었다고 한다. 그뒤 50년전에 23살이었다는 귀절이 들어간 노래도 나왔다.

3년에 한번 치루는 시험을 위해 수천명이 들어가는 시험전용 건물이 있고, 시험치룰때면 한번 들어가면 감독관도 수험생도 나올 수 없어, 혹시 시험치다 죽은 나람이 나오면 거적에 말아서 담밖으로 던졌다고 한다. 시험치다 정신 이상이 된 사람이야기는 수없이 나오고...

지겨운 공부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권학가가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 가장 유명하고 욕도 많이 먹는 노래가 있다. 송나라 황제가 지었다는 노래인데, 책속에 돈도 있고 권세도 있고 얼굴이 백옥같이 흰 미인도 있다는 권학가이다. 나도 학교때 배웠던 기억이 난다.

요즘 대학입시, 고시열풍, 지옥의 트라이앵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보니 중국의 과거시험준비에 비하면 별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렇게 학문적 배경이 비슷하니 옛날 사람들 이야기할때면 수없이 나오는 인용이 가능했구나 싶다.
by 서산돼지 | 2007/03/13 22:50 | 읽을 거리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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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onnet at 2007/03/13 23:19
이 저자는 '구품관인법의 연구'를 보고 나서 인상적이어서 번역된 그의 책을 다 사서 보았는데, 다른 책들은 평이한 개설서들이 많아서 조금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Commented by oldman at 2007/03/13 23:29
정말 재밌게 읽었던 책입니다. 확실히 지금의 대학입시, 고등고시준비는 과거준비에 비하면 애들장난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이 늦었지만 링크 신고드립니다 ~ ^^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03/14 01:16
진종황제 권학문云

"書中有女顔如玉"

이거죠...^^;;
Commented by 카시아파 at 2007/03/14 09:04
경극에서도 과거는 단골 주제였지요. 가난한 누더기 선비가 과거 보러 왔다가 여숙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다가 갑자기 장원급제 발표 후 대접을 다르게 받고 나중엔 여숙 주인을 시종 삼아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코메디물도 있고, 과거 급제 후 황제나 고관이 주선하는 처녀를 거절할 수 없어 본부인(또는 약혼녀)를 버리거나 살해하는 비극도 있고, 70이 되어서도 百家姓(중국의 성씨 소개서) 밖에 못 외우면서도 과거준비를 한다는 사족의 체면만 살리려는 부자를 조롱하는 비판극도 있고....
보신 적이 있겠지만 컨닝 페이퍼를 만들어 붙인 속옷이 압수된 적도 있지요. 그 사진 보면 정말 뜨아~~ 합니다... ^^;;;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7/03/15 06:52
sonnet> 이 책도 교양서적인 듯 싶군요. 구품관인법의 연구는 한번 찾아보겠읍니다.
oldman>저도 올드맨님 얼음집을 허락없이 들락날락하고 있읍니다. 아무래도 관리로 나가는 것 말고는 출세하는 길이 거의 없었던 시대였으니까 경쟁도 그만큼 치열했겠지요
초록불> 맞습니다. 학문II 시간에 배웠지요
카시아파>커닝페이퍼보면 정말 대단하더군요. 속옷자체가 커닝페이퍼이더군요
Commented by Cato at 2007/03/17 21:59
저도 무척 재밌게 보았던 책인데 소개를 보니 반갑네요. 특히 공부하다가 여자를 버린 녀석들이 인과응보로 망하는 모습에 관한 얘기들이 많았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미야자키 이찌사다는 다른 것보다도 99명인가 되는 연구자들을 이끌고 40년 간 옹정주비유지를 연구해서 완역했다는 것을 보고 정말 의지의 연구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措大 at 2007/04/04 10:03
아...좋은 책이지요. 번역된 마야자키 선생의 책들은 대부분 개설서라는 것이 아쉽지만요. (대중성이 낮은 전문 연구서적들은 굳이 번역될 필요가 없었겠지요. 옹정주비유지에 관한한은 독보적인 연구를 했다지요...) 그래도 당대문화에 관한 개설서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도 개설서로 잘 짜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우리 과거와 중국 과거는 크게 다르죠. 학부 마지막 학년 때 이 차이를 배우면서 퍽 흥미를 느낀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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