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종전선언=평화는 착각이다
'종전선언 = 평화’는 착각이다

이 문제는 언제가 한번 포스팅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국제법을 잘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이렇고 저렇고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망서리고 있었다. 며칠전 문화일보에서 김찬규교수에 이 문제에 대해 컬럼을 하나 썼는데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거의 일치해서 그냥 퍼다놓는다. 특히 마지막 휴전협정에 대한 코멘트는 비수처럼 내 가슴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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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종전선언 = 평화’는 착각이다


요즘 한반도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말의 성찬이 벌어지고 있다. 진원(震源)은 10월4일 평양에서 채택된 ‘남북 간의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 제4항이다. 여기에는 남과 북이 휴전체제를 끝맺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 문제에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에 포함될 것임에 틀림없는 미국이 냉담한 태도를 보여 일의 추진이 벽에 부닥치고 있다. 이 선언에 제4항이 들어간 경위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에 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얘기했더니 한번 추진해 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로 미루어 보건대 종전선언은 북한에도 그리 절실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난해 11월 하노이에서, 그리고 지난 9월 시드니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 시 종전선언을 할 용의가 있음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10·4선언에 담긴 내용과는 그 맥락이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전자가 조속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인센티브로 제시된 것임에 비해, 후자는 ‘한반도의 휴전체제를 끝맺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게 그 의도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간에는 명백한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있으며 이를 깨닫지 못하는 한 앞으로 한·미 관계는 더 꼬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직·간접적 지원이 없이는 북한의 경제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미국 내의 법적·제도적 장치 때문에 미국 행정부의 결단만으로 이같은 장벽이 극복될 수 없다는 점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미 간에 평화 회복, 다시 말해 평화조약의 체결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종전선언만 있으면 미국의 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이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도 종전선언에 대한 용의를 표명하지 않았느냐는 소박한 생각으로 일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종전선언이란 무엇인가.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평화협상을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정치적·상징적 선언”이라면서 평화조약 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평화조약으로 가는 터닝 포인트로서 그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정상들이 모여 선언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종전선언”이라고 했다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종전선언이란 평화협상을 위한 서곡도 아닐 뿐더러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도 아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다양한 양자적·다자적 평화조약에 의해 마무리됐다. 하지만 유독 일본과 소련 두 나라는 ‘일·소 공동선언’이라는 종전선언을 통해 평화관계를 회복했다. 이유는 이른바 ‘북방 4개 도서(島嶼)’의 귀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 있었다. 하지만 1956년 10월19일 모스크바에서 조인되고 같은 해 12월12일 비준서가 교환됨으로써 발효한 이 선언에는 평화조약에 포함될 모든 규정이 다 들어 있다. 외교관계 및 영사관계의 개설(제2항), 억류된 일본인의 송환(제5항), 배상청구권의 처리(제6항), 통상 및 어업관계(제7·8항), 그리고 비준과 비준서의 교환에 관한 규정(제10항)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평화협상을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정치적·상징적 선언을 종전선언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한국의 휴전협정 전문에는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유효한 건으로 돼 있다. 따라서 그 자체가 곧 종전선언임을 알아야 한다.

[[김찬규 / 단국대 초빙교수·국제법]]

by 서산돼지 | 2007/11/04 09:11 | 내 생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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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11/04 09:14
그렇군요.
Commented by oldman at 2007/11/04 09:28
마지막 문구가 역시 제 폐부를 찌르네요. 알량한 선언문이 휴지조각이 된 사례는 역사에서 찾아보면 셀수도 없이 많으니 말입니다.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7/11/04 22:08
휴전협정을 잘읽어보면 그 안에 남북관계의 기본적인 틀이 그대로 담겨있읍니다. 아직까지 효력을 잃지 않고 있는 유일한 합의문서라는 점도 의미심장하지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7/11/05 22:58
평화를 강요할 힘이 없는 선언은 무용지물이란 점은 명심해야죠.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7/11/06 01:00
어부님>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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