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후계자
[시론] 후계 문제와 김정일의 딜레마

며칠전에 재미있는 컬럼이 조선일보에 실렸다. 국민대에 초빙교수로 와있는 러시아 학자 란코프가 김정일이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책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쓴 글이었다. 란코프는 북한의 체제붕괴는 시간문제이며, 김정일은 이 사실을 잘알고 있고, 아들을 후계자로 삼으면 체제가 붕괴될때 살해당하거나 감옥에 갈 것을 우려하여 사랑하는 아들을 후계자로 삼는데 주저하고 있다고 하였다.

란코프 교수는 구소련 레닌그라드대학을 나오고 김일성 대학에서 유학을 하였다. 90년대 우리나라에서 들어와 잠시 대학교에 있다가 호주에 있는 대학(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에 갔다고 다시 돌아왔다. 러시아보다는 한국에 자신의 팬이 더 많이 있다. 그래서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란코프의 이야기는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술좌석에서 가끔 나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저렇게 신문지면에 나니 색다른 맛이 안다. 란코프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와 비슷한 생각이 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일의 후계자가 누가 될지 나로서는 짐작을 할 수 없다. 김정일의 아들중 하나 혹은 군부에서 후계자가 나올 것이라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름을 거명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북한에서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 고위인사를 나열한 리스트가 나올 것이다.

그중 김정남은 제외하는 것이 좋을 같다. 몇년전 일본에 들어가려다 적발된 이후 김정남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이 외국에서 보내는 것 같다. 김정일 생일날같은 명절에 북한으로 들어가려고 북경에서 비행기를 타는 것이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바로 이점이 많은 학자들이 김정남의 후계자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이다. 장차 후계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대우치고는 이상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내 생각에 김정남에게는 큰 결함이 있다. 김정남이 과연 김정일의 적장자냐 하는 것이다. 김정남은 성혜림의 자식이라는 것이다. 널리 알려지다시피 성혜림은 다른 사람의 부인이었는데 김정일이 성혜림에게 반해서 빼았다고 한다. 그런데 황장엽이나 다른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김정일이 성혜림과 사는 것을 비밀로 했다고 한다. 성혜림에 대한 호칭도 보통 동거녀이다. 도저히 정실부인이라고 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많다. 소실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차라리 비첩에 가깝다고나 할까? 김정남을 낳고도 수년이 지나서도 김일성이 김정남의 존재를 몰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리 한국사람의 관념으로는 김정남은 적장자는 당연히 아니고 후궁이 낳은 **君이라고 할 수도 없고, 아비를 아비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신세와 유사한 듯 싶다.

더구나 김정일은 계모와의 권력투쟁을 하여 이긴 후 김성애와 김성애 슬하의 자식들을 곁가지라고 하면서 권력핵심부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가 바로 김정남에게도 적용된다. 김정철, 김정운 형제의 입장에서 보았을때 김정남은 곁가지인 것이다.

김정남이 외국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어린 나이에 후계자로 발탁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은 휘둘렀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편하게 살아본 적이 없는 김정일의 대리만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나는 김정일의 후계자는 그냥 환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한민족을 위해서도 북한주민을 위해서도.김정일 자식놈들을 위해서도 김정일은 당대에 망하는 편이 낫다. 역사를 살펴보면 2대에 망한 나라 참 많다. 북한정권도 그 전철을 밟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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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후계 문제와 김정일의 딜레마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역사학 (2007.12.12일자)

요즘 북한에서 ‘후계자 문제’ 관련 소식이 흘러 나오곤 한다. 김정일 매제 장성택이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승진했고 김정일 장남 김정남이 해외에서 북한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다. 그 때문에 북한 정치의 최대 미스터리로 여겨질 수 있는 후계자 문제가 다시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게 되었다.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면 정권이양은 참 어렵다. 혈통세습을 하는 왕국도 아니고 선거제를 하는 공화국도 아니기 때문에 독재국가 대부분은 안정된 정권이양 메커니즘이 없다. 그래서 통치자가 죽으면 그의 측근들이 정권을 잡으려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소련과 중국의 경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김일성은 정권이양 문제를 해결하려 그의 절대정권이 절정에 달한 1970년대 초에 후계자를 임명해서 20여 년 동안 훈련시켰다.

그러나 70세에 가까워지는 김정일은 후계자를 아직 지명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김정일의 사망까지 후계자가 없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 정치엘리트 내부의 갈등과 분쟁, 또 이 분쟁에 의해서 야기될 혼란이 생길 가능성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후계자가 있을 경우에도 김정일 사망 후에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지만 후계자가 없으면 이 과제는 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김정일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지금까지 후계자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을까? 이 의문을 설명하려는 가설이 적지 않다. 물론 정답을 아는 사람은 김정일뿐이지만 필자는 또 하나의 가설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정일이란 정치인의 목표가 김정일이란 인간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역사는 김정일을 체제유지를 위해서 수십만명의 인민을 아사(餓死)시키고 경제를 파괴시킨 독재자로 평가할 것이다. 그래도 인간으로 본 김정일은 어느 정도로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요즘 나온 증거를 보면 김정일이라는 인간은 자식들을 사랑하는 아버지, 연인들을 돌보는 남자로 나온다. 또, 고립국가인 북한에서 김정일만큼 해외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세계동향을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이 경향을 이용할 줄 안다. 아무것도 없는 북한이 남한은 물론 중국, 미국과 같은 강대국을 교묘하게 조종할 수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의 국제정치 분석력을 확인시켜 준다.

그러나 세계동향을 잘 아는 김정일은 북한 체제에 미래가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소련식 경제구조를 지탱하려 노력했던 정권은 다 무너졌다. 김정일은 분단국가인 북한에서 중국식 개혁도 체제붕괴와 흡수통일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개혁을 통해서 나라를 재생하기 어렵다는 걸 안다. 교묘한 외교와 쇄국정책을 통해서 체제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말하면 체제붕괴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할 근거가 있다.

이러한 조건하에 아들을 후계자로 임명하는 것은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재체제가 붕괴할 때에 나라를 다스린 사람은 거의 불가피하게 희생양이 된다. 그는 혼란 속에서 암살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정권하에서 감옥에 갈 가능성이 높다. 김정남이나 김정철 통치 밑에서 체제가 무너지면 그 불쌍한 후계자만이 아니라 김정일이 사랑하는 온 가족들은 특권과 재산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반대로 김정일의 사망 후 야심있는 군인이나 고급 간부가 정권을 잡으면 체제가 무너질 경우에도 국민들은 거의 모든 책임을 그 군인과 그의 측근들에게 돌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김정일의 가족은 벌을 피할 뿐만 아니라 스위스은행에서 숨어 있는 돈 일부도 유지할 희망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후계자 문제를 결정해야 하는 김정일 앞에는 가족 구원이냐 아니면 체제구원이냐 하는 선택이 놓여 있다. 그는 참혹한 독재자일 뿐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이기도 하므로 이 선택은 결코 쉽지 않다.
by 서산돼지 | 2007/12/21 20:09 | 내 생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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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12/21 23:00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요. 빨리 좀 망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어부 at 2007/12/22 00:11
빨리 망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공감합니다만, 그 망하는 과정이 북한과 한국 국민들에게 (그리고 외국 국민들에게도) 너무 고통스러운 과정은 아니면 좋겠군요.
Commented by 措大 at 2007/12/22 01:27
후계자가 없으면 군부 주도의 집단지도체제가 성립할까요? 그럼 이 사람들이 중국식으로 갈 수 있을까요? 2010년대에는 김정일도 아마 죽을터인데, 그래도 북한은 1인독재체제를 40년 넘게 계속한 국가가 되는데, 그런 나라에서 집단지도체제가 될 수 있을지... 먼 미래여서 찍기도 힘드네요 --; (김정일이 더 오래 산다면?)

...하지만 과연 지금 북한이 1인독재체제이긴 한 것인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7/12/23 17:33
초록불님 > 동감입니다.
어부님 > 어떤 변화든지 어렵습니다만, 한번은 겪어야할이겠지요.
곽대님 > 미래는 알수없는 것. 그래서 가치가 있다고 신일숙님이 누차 말씀하셨지요. 김정일이 절대권력자인지, 허수아비인지에 대한 논쟁도 괘 오래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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