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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공천심사 제도를 없애야
요즘 조갑제의 글에 공감가는 일이 많아진다. 나도 늙어가나? 여야를 막론하고 중진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언론에서는 대학살 운운하면서 대서특필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 1,2공화국 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공천제도는 없었다. 당에서 지역구에 출마하는 후보자에게 공천을 주기는 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한 다른 후보자들이 출마할 수 있었다. 당의 공천은 단지 이 후보자가 우리 당이 공식적으로 미는 사람이요라는 것을 알리는 의미밖에는 없었다. 선거포스터에도 ***당 아무개, ***당 아무개,***당 아무개라고 쓸 수 있었고 공천받은 사람은 공천받은 사람이라고 따로 표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3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여당에서 당조직을 강화하면서 원내총무보다 센 사무총장 자리를 만들고, 공천받지 못한 후보자는 탈당을 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도록 법을 바꾸었다. 아무래도 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당선될 확율이 매우 높아서 점차 국회의원들은 거수기가 되어버렸고, 당권을 차지한다는 의미가 전과는 조금 다르게 되었다.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공천발표 전날 저녁에 당사에 나와 김윤환을 비롯하여 쟁쟁한 당 중진들을 공천자 명단에서 지워버린 일이 있었다. 낙천한 중진들은 탈당해서 민국당을 결성해서 총선에 임했으나 겨우 1석밖에 건지지 못했고, 이때 울화가 치밀어서인지 김윤환은 홧병이 생겨서 얼마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김윤환 같이 대통령을 2명이나 만든 킹 메이커라도 공천에서 탈락하면 당선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그만큼 당권을 쥔다는 것은 정치인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런데 현대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이다. 대의민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은 의회이고, 의회의 의사는 국민의 의사라고 갈음할 수 있다. 그런데 당권을 쥔 사람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공천을 한다면 국민들은 자신의 뜻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크게 제약받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밀실공천이란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공천심사위를 만들어서 여기서 공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조갑제의 말대로 몇명의 공심위원들이 제 아무리 공정히 심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민주성이 떨어질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과거처럼 공천을 법률적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 의미로 축소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당에서 복수의 후보자들이 나와 국민의 선택을 받고, 과반수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프랑스 처럼 일정수준 이상을 득표한 사람끼리 결선투표를 하는 것이다. 후보끼리 단일화 쇼를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단일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할수있다. 조갑제의 말처럼 당비를 내는 당원들끼리 경선을 하거나 미국의 예비선거같이 당원이 아니더라도 선거에서 특정 당을 지지하겠다는 선언을 한 사람들까지 포함시켜 경선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여간 방법은 어떻게 되었건 당의 후보를 당원들 혹은 국민들이 뽑게 한다면 당연히 당권은 약화될 것이다. 어째 쓰다보니 구열린우리당 기간당원제와 비슷한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당권을 잡은 사람의 권력이 약해지고 의원 개개인의 힘은 강화되면 의원들이 행정부의 거수기 혹은 당의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지역구의 이해관계를 따져서 투표를 하게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또 다시 한 단계 발전하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공천이 상당히 유감스럽다. 여야를 막론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중진과 실력자를 자르는 쇼를 보여주고 있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겠지만 정치에서도 경험자와 고참이 필요하다. 학교를 마치고 당에 들어가 정치실무를 익힌 다음 출마를 하는 나라라면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처럼 다른 분야에서 일정수준의 성과를 쌓고 40대 정도 되어야 정치에 입문하는 경우라면 정치에 대한 경험이 일천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총선때마다 40%씩 물갈이를 해대기 때문에 3선 이상만 되어도 중진소리를 들을 수 있고, 5선만 되면 국회의장을 바라볼 수 있는 실정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노회한 정치인-막후 협상에 능한 정치인이 나올 수 없다. 뭐 별거라고 맨날 여야간에 극한대치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일까? 서로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어도 국민 앞에서는 우리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며 서로 웃어줄 수 있는 그런 경륜이 쌓인 정치인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현역의원 재선율이 90-95%되는 것도 좀 곤란하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쇼를 하기로 작정했다면 여야중 한쪽은 경선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사전 선거운동도 되고, 당원과 국민의 뜻에 따라 후보자를 뽑았다면 경선에서 떨어진 쪽도 할 말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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