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NATO가입문제
말년 부시 나토 정상회의서 체면 구겨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열린 NATO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NATO가입 전단계인 회원국 행동계획(MAP)에 가입시키려는 부시의 주장이 거부되었다고 한다. 연합통신에서는 단순히 부시의 체면이 구겨졌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렇게 단순히 희화화할 문제는 아닌 듯 싶다.

먼저 sonnet님의 얼음집에서 살짝 훔쳐온 이미지를 보도록 하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옆구리를 찌르는 비수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sonnet님은 21세기 초 국제정세의 흐름에서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가치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를 합병할 정도의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우크라이나를 친러 국가로 묶어둘 수 있느냐 아니면 다시 되찾아오기 힘든 NATO 같은 미국의 세력권에 넘기느냐 하는 점은 언젠가 상황이 호전되었을 때 러시아가 다시 한번 대제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 영원히 그저 그런 준 강대국으로 주저앉느냐를 판가름하는 사활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즉, 부시가 우크라이나를 NATO에 가입시키려고 했다는 것은 러시아로서는 자국의 장래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도전인 것이다. 일찌기 샤뮤엘 헌딩턴은 우크라이나 동서간의 차이를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예측하였다.

동부 우크라이나와 서부 우크라이나의 차이는 양 지역 주민의 태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가령 l992년 말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서부 지역에서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였으나 동부 지역에서는 10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동서의 분열은 1994년 7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극적으로 표출되었다. 러시아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민족주의를 표방한 현직 대통령 크라프추크(Leonid Kravchuk) 는 일부 지역에서 90퍼센트가 넘는 지지율을 과시하면서 서부 우크라이나의 l5개 주를 장악하였다. 그의 정적으로 유세 기간에 비로소 우크라이나어를 배운 쿠츠마(Leonid Kuchma)는 역시 압도적인 지지로 동부 우크라이나의 l3개 주를 장악하였다. 쿠츠마는 모두 52퍼센트의 지지를 획득하였다........중략

그러나 그 선거는 러시아와 점점 가까와지는 우크라이나에서 서부 지역이 떨어져 나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일부 러시아인은 오히려 그것을 환영할지 모른다. 한 러시아 장성은 우크라이나, 아니 동부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5년이나 l0년,아니면 15년 안에 돌아을 것이다. 서부 우크라이나는 지옥에나 가라지!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그러나 서구 지향의 우크라이나 연합동방카톨릭 세력은 강력한 의지와 서구의 효과적인 지원이 있어야만 독립 이후에도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구의 지원은 서구와 러시아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되어 냉전과 유사한 상황에 놓일 때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무엘 헌딩턴, 문명의 충돌>


헌딩턴에 따르면 지금 부시의 행동은 러시아와 정면충돌을 각오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Strafor에서 나온 Russia and Rotating the U.S. Focus는 이러한 부시의 도전과 러시아의 대응방안을 잘정리해놓았다. 국제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번 나토정상회의가 부시가 참석하는 마지막 회의라고 하지만, 미국대통령이 참석하는 마지막 회의는 아닐 것이다. 내년에는 미국의 신임 대통령이 참석하게 될 것이다. 그가 부시의 마지막 도전을 유산으로 승계하게 된다면 소련붕괴후 20년만에 국제질서가 또 한번 크게 요동을 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방어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가 동서로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장차 EU에 가입하게 되면 예전에 브레진스키가 거대한 체스판에서 예측하였듯이 '중앙아시아 구소련공화국들을 서구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해서 중동의 석유자원과 맞먹는 카스피해의 석유자원을 서방이 통제해서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부시로서는 한번 해볼만한 도박인 셈이다.

일찌기 선사께서는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한 목적을 카스피해 석유자원에 한발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고 보셨다. 우크라이나를 복속시켜 중앙아시아로 직접 연결하려는 부시의 움직임을 보면서 새삼 선사의 떠나가심이 아쉽기만 하다.



by 서산돼지 | 2008/04/04 06:24 | 내 생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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